수선하는 꿈
수선하는 꿈
스스로 서는 것을 돕는 방식
래코드RE;CODE는 팔리지 않고 재고로 남은 옷들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재탄생시키고,
이를 앞세워 지속 가능한 패션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론칭한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다.
단순히 재고 의류가 원단으로서 갖는 가능성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기존 옷을 해체하고 재조합했을 때 생기는 새로운 아름다움에 주목하고,
더 나아가 소비자의 주체적인 동참을 끌어내는 것을 브랜드의 목표로 삼는다.
박스 아틀리에BOX Atelier 서비스 또한 이런 시도의 일환으로,
고객이 안 입는 옷을 간단히 수선해 다시 입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박스 아틀리에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이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싱글맘을 돕는 일이다.
브랜드 차원에서 여러 해 전부터 사회적 약자에게 꾸준히 관심을 갖고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데,
특별히 입양아와 미혼모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동방사회복지회와 양해각서(MOU)를 맺어
싱글맘 지원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5명을 봉제와 바느질 관련 강사로 양성해 학교나 기관에서 수업할 수 있도록 도왔는데,
노들섬에 자리한 래코드 매장 한편의 박스 아틀리에를 책임지고 있는 김미숙 씨 역시 래코드의 지원을 받은 사례다.
올해로 17년 차 한부모 가장으로 양장과 한복 관련 자격을 갖춘 그는
명동의 래코드 나눔의 공간에서 강사로 일하다가 1년 6개월 정도 전부터 박스 아틀리에를 책임지고 있다.
언제부터 수선 관련 일을 했나?
바느질을 한 경력으로만 따지면 20년 가까이 된다.
본격적으로 수선을 담당한 지는 1년 6개월 정도 됐다.
우연히 재봉을 배운 후 이쪽에 흥미를 느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기술학교에서
1년간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양장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옷을 만드는 일에 전념하기 위해 한복 짓는 법을 6개월가량 배웠다.
옷을 수선하기 위해서는 옷 만드는 법부터 알아야 한다고 들었다.
옷을 만들 때는 패턴대로 하면 되지만 수선은 이미 만들어진 옷의 축을 건드리는 행위다.
그래서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해체할 수조차 없다.
옷에 대해 확실히 아는 사람만이 옷을 해체하고 수선할 수 있다.
양장에 이어 한복까지 늦은 나이에 복식을 공부한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흔히 개량 한복이라고 부르는 양장 기법으로 만든
한복 브랜드를 설립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 전 단계로 옷을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팔거나 전시했는데,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옷 만드는 강의를 하게 되어 꿈은 잠시 접어두고 지금까지 3년째 수업을 하고 있다.
래코드와 어떻게 인연을 맺고 박스 아틀리에까지 맡게 된 것인가?
래코드 역시 봉제와 양장 강사로 활동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인연이 됐다.
그러다가 박스 아틀리에를 맡아서 운영하며 수선을 책임질 사람을 구한다기에 자원했다.
나 같은 한부모 가장은 혼자서 아이를 양육하면서 생계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항상 바쁘고 미래를 설계하기가 쉽지 않은데, 박스 아틀리에에서 일하면
내 작업을 해보고 여유 시간도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박스 아틀리에는 어떻게 운영되고 수선과 관련해서 어떤 일을 하는가?
박스 아틀리에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동안만 운영한다.
현재는 네이버를 통해 예약하고 수선할 옷을 가져오면 상담해서 어떻게 수선할지 결정한다.
이곳에서는 ‘가벼운 수선’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수선 비중이 크고 어려운 경우에는
래코드 내 수선 장인들이 맡는 ‘리컬렉션 서비스’로 진행하게 된다.
리컬렉션 서비스는 디자이너와 상담해 원하는 디자인을 정하고 본래 옷의 역사가 남을 수 있도록
기존 라벨을 유지하거나 의뢰인의 이름과 수선된 날짜를 기록한 라벨을 단다.
박스 아틀리에는 리컬렉션 서비스 같은 고급 수선에 도전하기 전에
가볍게 수선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돕는 관문이라 할 수 있다.
고객들 역시 대부분 래코드라는 브랜드와 브랜드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
수선 서비스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례는 어떤 것인가?
40대 후반의 여자 손님이 남편의 오래된 군복을 가져와서 에코백 제작을 의뢰한 적이 있다.
군복에 붙어 있는 계급장이나 이름표 같은 특징을 살려서 제작해드렸더니
잘 들고 다닌다고 고마워하신 일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스커트 두 벌을 가져와서 상의로 만들어달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난도가 높은 일이어서 제작 기간이 제법 길었는데, 고객이 상당히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와서
나 또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고객 역시 과연 가능할까 반신반의했던 터라 놀라워했었다.
옷을 만들고 옷 만드는 기술에 대해 강의하다가 수선을 경험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그 전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던 업사이클링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환경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환경보호 활동에 동참하는 등 인식이 바뀐 점도 뿌듯하지만,
업사이클링 작가를 꿈꾸는 계기가 됐다. 내가 수선한 결과물에 대해서
고객의 긍정적인 평가와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점도 만족스럽다.
박스 아틀리에에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만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점 또한 고무적인데,
최근에는 내 바느질 실력을 믿고 의류 시제품 제작을 의뢰하는 사례들이 있어서
새로운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나만의 의류 브랜드를 만들 수 없더라도 전시 등으로 꿈을 한번 펼치고 싶다.
●코오롱몰 내 박스 아틀리에 소개 사이트
www.kolonmall.com/RECODE/Special/217508
●박스 아틀리에 예약하기 QR코드
●안내 정보
주소: 서울시 용산구 양녕로 445 D108 래코드 지속 가능 패션 스튜디오
운영 시간: 금·토요일 13:00~19:00(사전 예약 후 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