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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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와 과학

빈티지 임스 체어를 수리하는 길이다.


빈티지 가구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은 북유럽을 시작으로 독일을 지나 이탈리아를 거쳐

다시 미국 빈티지 가구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허먼 밀러Herman Miller사의 임스 체어Eames Chair를 중심으로 미국 빈티지 가구가 인기다.

임스 체어(정확히는 임스 체어 가운데서도 사이드 체어side chair다)는 한때 ‘에펠체어eiffel chair’라고 불리며

저가 복제 제품이 숱하게 팔렸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도 익히 알려진 디자인이다.

그런데도 빈티지 임스 체어는 여전히 스테디셀러로 각광받고 있다. 임스 체어는 20세기 미국 디자인을 얘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손꼽을 수 있는 찰스 & 레이 임스Charles & Ray Eames라는 부부 가구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의자를 통칭하

는 이름이다. 이 두 사람은 가구 브랜드 허먼 밀러에서 디자인 디렉터로 일하던 조지 넬슨George Nelson의 제안으로

허먼 밀러에 디자이너로 영입됐고 이후 걸출한 가구 디자인들을 선보인다.


임스 부부는 합판을 삼차원으로 굽히는 성형 합판 기술을 이용해 1945년부터 허먼 밀러에서 생산한 LCW(Lounge

Chair Wood)를 디자인한 것을 시작으로 현대 의자의 원형을 만들어냈다. 1948년부터는 파이버글라스(섬유 유리)

를 이용해 좌석과 등받이, 팔걸이가 일체형인 DAR(Dining Armchair Rod) 의자를 만들어내는데,이는 허먼 밀러

와 임스 부부가 새로운 재료에 대한 실험에 성공해 기술혁신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받는 임스 체어의 시작이 된다.


이 의자는 오늘날 쉽게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의자들의 자유로운 형태와 다양한 색상을 구현한 최초의 시도였다.

임스 체어는 이러한 특징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의자=나무 의자’라는 전통적인 인식을 깨면서 미국 가정을 중심으

로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인테리어 트렌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



지난해부터는 우리나라에도 임스 체어만을 판매하는 특화된 숍들이 생겨났다. 그 가운데서도 오드 플랫ODD FLAT은

빈티지 임스 체어를 중심으로 소개하며 짧은 기간에 빈티지 가구 마니아들에게 주목받았다.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일하던 박지우 대표는 취미 삼아 모으던 빈티지 임스 체어를 파는 작업실 컨셉트의 숍을

금호동에 연지 1년 만에 성수동으로 숍을 확장했다.

“처음부터 임스 체어 복원 숍으로 운영할 생각은 없었어요. 빈티지 임스 체어를 소개하는 숍을 내야겠다고 어렴풋

하게 생각은 했지만 본격적으로 언제부터 뭘 해야겠다고 정한 건 아니었죠.”

살고 있는 아파트 거실이 임스 체어로 꽉 차면서 의자를 보관할 용도로 작업실을 얻었다가 SNS로 하나씩 소개했

다. 촉이 빠른 쇼핑 마니아들이 그를 팔로잉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빈티지 셀러의 길로 들어섰다.


“결혼 후부터 임스 체어를 사기 시작했으니 6년쯤 된 것 같아요. 처음 구입한 의자는 DSS 모델이었는데 밝은 황토

색인 오커 라이트 색상이었어요. 처음엔 한 개를 샀다가 다시 추가로 사면서 같은 색을 4개 구매했어요. 요즘에는

다양한 색을 조합해서 사는 분이 많은데 저는 오커 라이트 색이 너무 예뻐서 집에서 쓸 요량으로 사 모은 거예요.”

초반에는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했지만 나중에는 국내에서 개인 간 거래로도 많이 샀다. 임스 체어를 하나둘 사 모

으면서 셸shell이라고 부르는 본체에 붙는 베이스base와 색상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생산 연도에 따라 제조 공장도

디테일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빈티지 임스 체어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됐다. 임스 체어라는 의자의 역사에 다

양한 아카이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빈티지 임스 체어에 대한 높은 관심은 세계적인 추세로 최근에는 임스 디자인 가구의 팬을 자처하는 임스닷컴

(eames.com)이라는 온라인 사이트가 등장했다.

임스 체어를 비롯한 임스 가구에 대한 정보를 모아서 공유하고 빈티지 임스 가구를 거래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미 이베이 같은 옥션 사이트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특정 디자이너의 특정 디자인 제품만을 대상으로 컬렉터들이

정보를 나누며 사고파는 플랫폼의 등장은 이전에는 없던 완전히 새로운 양상이다.


임스닷컴 같은 사이트가 존재할 수 있는 까닭은 임스 디자인 가구가 갖는 매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임스 체어가 동일한 디자인으로 꽤 긴 시간 동안 대량으로 생산되고 판매되었으며 쉽게 훼손되거나 마모되지 않는

섬유 유리와 강철관 같은 내구성 높은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생산된 제품의 수가 많고 셸과 베이스만으로 나뉘는 심플한 구조에 대량 보관과 유통이 쉽도록 겹쳐서 쌓는

스태킹stacking이 가능해 2차 시장이 형성되고 거래가 발생하기 좋은 특징을 두루 갖춘 것도 임스닷컴이 등장한 요인이다.

셸의 재료는 달라졌지만 기본적인 부품을 공유할 수 있도록 쇼크 마운트와 베이스 등이 꾸준히 생산되기 때문에

일반인도 ‘노오력’만 한다면 이베이 등 해외 사이트를 통해 수리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임스 체어만의 독특한 환경이다.

임스닷컴은 이 같은 특징을 잘 파악해 플랫폼을 제공하는 동시에 임스 디자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를 지향하는데,

이를 위해 먼저 세상의 모든 임스 관련 정보를 정확하고 일목요연하게 ‘공개’하고 있다.

정보 공유가 지금 시대에 얼마나 큰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도 빈티지 임스 체어를 수리하고 복원해 판매하는 오드플랫 같은 숍이 등장하면서 주목받게

된 것이다. 목제가 아닌 섬유 유리 소재 의자를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수리한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롭다.

“임스 체어를 많이 사다 보니 문제점이 보였어요. 섬유 유리의 몸체와 속이 빈 강철봉으로 만든 다리를 연결하는 부

분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고무 소재의 쇼크 마운트가 세월이 흐르면서 경화해 떨어지거나 몸체의 스크래치를 없애

기 위해 폴리싱을 지나치게 해서 본래보다 훨씬 반짝거리는 의자들이 있었어요.”


보통은 이런 경우 현재 생산 모델을 판매하는 숍이나 빈티지 가구와 앤티크 가구를 주로 취급하는

이태원 가구 거리에서 수리점을 알아봤을 테지만 그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사실 수리할 곳을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문제가 있으면 직접 고치는 데 익숙하거든요.

임스 체어의 쇼크 마운트가 떨어졌는데 이걸 누가 고칠 수 있겠어 하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인터넷을 뒤져 해외 블로그나 사이트에 올라온 방법대로 고쳐보며 실패와 성공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정보나 오히려 상품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수리 방법은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자신 같은 상황에 처한 일반인들이 ‘한번 해본’ 경험을

공유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보가 제한적이다 보니 그 한정된 정보가 교본처럼 통용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구글을 뒤져서 임스 체어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에게 SNS로 DM을 보냈지만 돌아온 답은 ‘인내와 과학’ 같은 짧은

답이 전부였어요. 한번은 커다란 욕조에 뭔가를 채우고 거기에 의자를 담그는 사진을 보고 무척 특이해 그 방법을

물었더니 네가 노력해서 찾으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임스 체어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오랫동

안 수집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게 됐어요. 나중에는 어떤 컬렉터가 스치듯 찍은 사진을 보고도 무엇을 하

려고 하는지, 그 방법이 나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해서 물어볼 수 있는 수준이 됐고요.”



오랫동안 수리하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이제는 남에게 묻기보다는 스스로 답을 찾는 경우가 많다.

빈티지 임스 체어는 섬유 유리 셸과 구조가 다양한 베이스의 조합이 정해져 있는데, 이를 이해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쇼크 마운트 부속을 국내에서 제조해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예다.

“수리를 위해서는 부품 수급이 대단히 중요한데 해외에서 들여온 쇼크 마운트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사용

량도 많아졌으니 아예 제작해보기로 했죠. 수리하면서 맞는지 맞지 않는지 판단할 능력이 생겼기 때문에 우리만의

쇼크 마운트 제작이 가능했던 거죠.”



그가 생각하는 빈티지 임스 체어 수리의 기준은 ‘할 수 있는 한 가장 깨끗한 상태’다.

“아무리 수리를 잘하고 폴리싱을 완벽하게 하더라도 막 공장에서 출고된 제품처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요.

다만 우리가 가진 환경이나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죠. 수리 과정을 거치더라도 100% 복원할 수는 없어요.

수십 년 지난 물건처럼 보여요. 다만, 수십 년 지난 물건이어도 보기 좋게 세월의 흔적이 남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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