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작은 정원의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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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은 정원의 소유

팬데믹 시대의 정원 선택지


조선시대의 문인이자 서화가로 잘 알려진 강희안은 직접 화초를 기르며 알게 된 꽃과 나무의 특성, 품종, 재배법을 꽃을 키우는 소소한 기록을 의미하는 이라는 책으로 정리했다. 이 책에서 그가 강조한 것은 양생법으로 지각이나 운동 능력이 없는 풀 한 포기라도 그 본성을 살피고 본래의 방법대로 키운다면 자연스레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본성이라는 이치를 거스르지만 않는다면 사람이 구부리거나 펴는 것, 바로잡거나 휘게 하는 것, 꽃을 피우게 하거나 꺾어주는 일-이를테면 우리가 분재를 얘기할 때 쉽게 떠올리는 행위들- 등을 하는 데 관대하다. 


분재는 이전에 밖으로 나가야만 볼 수 있는 자연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예술성을 높게 평가받았다면 팬데믹을 맞은 지금은 자연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3~4년 전부터 자연과 동떨어진 도심의 상업 공간을 중심으로 분재가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고, 최근의 레트로 열풍으로 수석과 함께 인테리어 요소로 이미 컴백했지만 선택할 좀 더 분명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던 분재’라는 이름으로 분재를 알리는 분재 작가 최윤석의 활동은 흥미롭다. 화원이나 보통의 분재원을 근거지로 삼은 것이 아니라 청담동의 카페 ‘에세테라’가 그의 베이스캠프이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 지금의 아내와 함께 이끼와 돌을 수집하는 분을 취재한 TV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어요. 아내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돌이나 이끼, 식물 같은 걸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고백 아닌 고백을 했더니 대뜸 분재를 배워보는 것이 어떠냐고 하더군요.”


도쿄와 파리 등 해외에서 오래 생활했던 아내 방수미 씨가 도쿄의 분재원 ‘시나지나品品’의 오너 디자이너 고바야시 겐지小林健二에게 남편을 제자로 받아들여줄 것을 부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최윤석 작가가 도쿄를 오가며 분재를 배우기 시작한 5년 전의 일이다. 대중음악 작곡가로 활동하다가 새로운 일을 찾아보던 때다. 

“1970~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도 분재가 유행했지만 지금 제가 하는 분재는 좀 다릅니다. 정통 분재가 특정 수종을 대상으로 야생화를 추가하는 것이라면 제가 추구하는 것은 모던 분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통 분재가 나무의 형태에 집중하는 반면 모던 분재는 분 안에서의 전체적인 표현과 밸런스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정통 분재가 기준과 규칙을 엄격하게 지킨다면 거기서 약간 벗어난 모던 분재는 고바야시 겐지 씨의 독자적인 미감에서 시작됐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했던 이끼볼(고케다마)을 처음 고안한 인물이기도 하다. 


“최근 식물 마니아들이 수형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모던 분재와 경계가 모호해졌습니다. 한편 과거에는 모던 분재를 인정하지 않던 정통 분재 작가들의 이해 폭도 넓어졌고 저 역시 정통 분재를 깊이 있게 새로 배우는 중입니다.” 


분재란 글자 그대로 얕은 그릇에 나무를 심어 가꾸는 것을 가리킨다. 단순히 식물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형태미를 관상하는 것과 달리 분에 담긴 초목을 보면서 자연의 풍경을 연상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 이런 ‘태도’가 특별할 것도 없는 것이 예부터 우리 선조들이 자연을 사랑해 풍광과 의취를 일상에서 가까이 두고자 했다는 표현은 스스럼 없고 익숙하지 않은가.


실제로 옛사람들은 집터를 정한 다음 집 안으로 자연을 끌어들여 정원을 가꾸는 것을 당연시했고, 이렇게 자연의 이치를 살피는 일이 분재와 분경의 발달로 이어진 것 또한 당연한 귀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의 본성을 인위적으로 조절한다는 점에서 처음에는 생장점을 잘라 크기를 줄이고 좁은 분에서 자라도록 생장을 억제하며 키우는 일이 과연 온당한지를 두고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식물에 대해 공부할수록 생장점과 뿌리를 자르는 일이 식물에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분재에서는 ‘물 주기 3년’이란 말이 있습니다. 식물을 키우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의미죠. 사계절을 한 번 경험하는 것으로는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 여러 번 경험하며 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분재를 공부하면서 식물을 보는 시각은 물론이고 동물, 나아가 생명 자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도심의 카페에서 분재와 관련한 활동을 하는 것은 부족할 수밖에 없는 분재 경험을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일일 것이다. 패션 편집숍에서 분재 클래스를 열고 카페에서 분재의 애프터 케어를 하는 것도 같은 차원의 일이다. 최근에는 분 안에 구현하던 식물의 세계를 좀 더 넓은 땅에서 1:1의 스케일로 구현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미니어처로 구현하던 자연을 실제 크기로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비로소 선조들이 누렸던 풍광과 의취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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