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의 아침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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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식당의 아침밥


식판을 든 채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는 아침 풍경이 익숙한 시대다.



집밥과 관련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하루에 한 끼도 집에서 밥을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을 먹는 사람 중에도 회사 구내식당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50%로 가장 많았다. 거의 먹지 않는다는 사람이 26%, 집에서 먹고 나온다는 사람은 불과 15%였다.(현대모비스 직원 5백7명 대상, 2015)


집에서 아침을 먹지 않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3%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밖에 먹지 않는 것이 습관이 돼서 30%, 귀찮고 번거로워서 18%,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서 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집밥을 먹는 횟수도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3%가 거의 먹지 않는다고 밝혔고, 1회 26%, 2회 13%에 불과했다. 어쩌면 집밥은 더 이상 직장인과는 관계없는 말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사실은 이 사람들이 모두 아침을 굶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침밥의 효용을 놓고 찬반 의견이 여전히 팽팽하지만, 무용론을 펼치는 사람이라도 아침밥이 해롭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침밥은 분명 먹어서 남는 장사다. 그리고 이 남는 장사를 회사의 구내식당이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회사에서 직원 복지 차원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훌륭한 구내식당이 ‘입사하고 싶은 좋은 회사’의 평가 항목에도 들어간다니 홍보 차원에서도 손해는 아니다. 역시 남는 장사다. 구글과 애플 같은 글로벌 IT 기업의 구내식당은 호텔급 맛과 서비스로 익히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JYP엔터테인먼트의 구내식당이 유기농 식재료만을 사용해 1년에 식비로만 20억원 이상 지출한다는 기사가 나오며 화제가 됐다. 그 전에는 YG엔터테인먼트의 구내식당이 유명했다.






구내식당을 ‘적극’ 이용하는 코오롱 재무인사팀 권희준 매니저 역시 구내식당 아침밥 예찬론자다. 결혼 3년 차인 그는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회사에 1시간 일찍 출근해서 아침밥을 먹는다.


“결혼할 때 아내에게 아침밥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어요. 아침은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젊은 사람들은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지 않잖아요. 두 사람 중 누군가가 차려주면 좋겠지만, 생활 패턴이 그렇지 않은 데다 저도 잠이 많은 편이어서 밥보다는 아침잠을 택했어요. 맞벌이라서 아침을 먹기 힘들기도 하고요.”


신혼 초에는 집에서 간단하게 뭐라도 먹었지만, 지금은 회사에서 아침을 먹는 것이 훨씬 편하다. 좋아하는 달걀 프라이를 해 먹을 수 있고 국과 밥 외에 우유와 시리얼, 라면까지 있어 이것저것 먹는 즐거움도 있다. 구내식당에서는 혼자 스마트폰을 보면서 아침밥을 먹는다. 점심시간에는 배식 줄이 길어 시간이 걸리지만 아침에는 한가해서 15분이면 충분하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출근해서 아침을 챙겨 먹으면 기분 전환도 되고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저희 부장님도 매일 구내식당에서 아침을 드세요. 저는 먹는 걸 좋아해 밥도 먹지만 토스트도 먹고, 전날 술이라도 마신 경우에는 해장을 위해 라면을 먹거나 속을 달래기 위해 달걀 프라이를 해 먹기도 해요. 그러면서 회사에 출근했다는 스트레스를 일단 가볍게 풀고 오늘 하루도 열심히 해보자고 각오를 다지는 거죠.”


코오롱 본사의 구내식당은 전체 3백 석 규모다. 아침, 점심, 저녁을 다 합해서 매일 5백50인분의 식사를 제공한다. 하루에 소비하는 쌀은 대략 60킬로로, 구내식당 한 달 운영일인 20일로 환산하면 약 1천2백킬로에 이른다. 김치는 하루에 50킬로씩 한 달이면 1천 킬로를 소진한다.


“아침과 저녁으로는 한식만 제공하고 점심에는 한식과 일품요리, 이렇게 A코스와 B코스로 나눠 제공해요. 김치를 포함해서 반찬은 총 네 가지를 만듭니다.”


영양사 김나연 매니저의 말이다. 그는 3년째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오전 7시 40분부터 8시 50분까지 제공하는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아침조는 6시 30분에 출근한다. 아침을 먹는 사람은 평균 40여 명으로 한산한 편이다. 조리를 담당하는 직원은 총 6명으로 아침과 저녁에는 2명씩 돌아가면서 맡는다. 김 매니저는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식자재의 원산지나 유통기한, 상태 등을 확인하는 검수를 한다.


“음식은 매일 바뀌어요. 조합을 바꾸는 방식이 주지만 조리법을 바꾸기도 합니다. 아침에는 셀프로 끓여 먹을 수 있도록 라면을 제공하고, 로비 가판대에서 샌드위치를 파는데 아침이면 40개 정도 팔려요.”






점심에는 주로 고기가 포함된 메뉴로 구성한다. 아침은 상대적으로 튀기거나 볶는 등 기름을 쓰는 메뉴는 제외하고 제철 식재료로 만든 담백하고 부드러운 음식으로 준비하려고 한다. 소화가 잘되고 먹는 데 에너지를 덜 들일 수 있는 음식으로 식단을 짠다.


아침으로 나오는 밥의 종류는 한 가지다. 전에는 흰쌀밥과 잡곡밥 중 선택할 수 있게 했지만 ‘집밥’이라는 취지에 맞는 쪽이 흰쌀밥이라는 의견을 따랐다. 밥을 지을 때도 단체 급식 때 주로 쓰는 큰 솥이나 가마솥으로 테스트해보다 전기밥솥을 이용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이유는 역시 집밥 느낌이 가장 많이 난다는 것이다. 메뉴를 정하기 전에는 시식해보고 평가한다. 김치는 무척 중요한 반찬이어서 직원들을 모아 블라인드 테스트까지 거친다. 직원들의 요구는 최대한 반영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식당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침부터 라면을 제공하지만 그래도 구내식당의 운영 목적은 ‘직원들의 건강 증진’이다.


“아침을 먹는 직원의 남녀 비율을 따지면 아무래도 90% 이상이 남자예요. 연령대는 40대 이상이 많고요.”


다른 사람의 아침을 준비하지만 김 매니저 역시 집에서 아침을 먹지 않는다. 남편은 아침보다는 잠을 택하는 쪽이다. 김 매니저는 아침 조회를 겸해서 식당 직원들과 아침을 먹는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먹지 않고 회사에서 아침과 점심을 먹고, 때에 따라 저녁까지 먹는 것이 즐거운 일은 분명 아니다. 회사에서 먹는 아침밥과 저녁밥을 설명할 때 보통 ‘해결한다’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자 즐거움인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 상황으로 본다는 의미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집에서 먹는 아침이 다른 가족의 희생이나 헌신에 의한 것이라면 그 역할을 구내식당에 맡기는 것도 현명한 해결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구내식당으로 유명해진 스타트업 ‘여기어때’에서는 직원들 사이에 ‘먹퇴’라는 말이 통용된다. 야근이 없는 회사지만 저녁을 먹고 퇴근한다는 의미다.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집밥이 사라지고 먹퇴나 먹출 같은 말이 일상적으로 사용된다면 그 변화를 가져온 것은 바로 구내식당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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