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찰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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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찰의 위로

영천 은해사에서 템플 스테이를 하며 수행자로 혹은 수행자처럼 보낸 1박 2일의 풍경.



템플 스테이 하면 많은 사람이 정중한 공간에서 좌선하며 엄격한 규율을 따르는 수행자의 모습을 떠올리지만, 은해사銀海寺에서는 생각과 달리 현대적 시설에 놀란다. 2014년에 지은 2층 규모의 템플스테이관은 20개의 숙박 룸을 갖췄고, 그중 2개는 50명을 수용하는 규모다. 현대식 법당과 많은 사람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샤워 시설,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별도 공간도 넉넉하다. 절에 온 손님에게 베푸는 호의로 방사와 절밥을 내어주는 정도이던 17년 전과 많이 다른 풍경이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템플 스테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전통문화 체험 기회와 숙박을 함께 제공하려는 취지로 처음 시작되었다. 역사는 짧지만 그간 전국 사찰 1백35곳에서 약 5백 만 명이 참가했을 만큼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 산세의 아름다움과 전통문화, 사찰 음식 등을 모두 경험하는 데 템플 스테이만 한 활동이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이 모든 것을 6만원에 누릴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템플 스테이는 사실 해외에서 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인구의 93%가 불교를 믿는 불교 국가 태국은 불심을 고양하기 위한 대규모 명상 프로그램이 정착한 지 오래다. 계율을 중시하는 만큼 태국의 템플 스테이가 엄중하고 종교적인 것이 특징이라면, 일본의 템플 스테이 슈쿠보宿坊는 일본 문화 체험 상품에 가깝다. 해발고도 1000m의 산악 지대인 와카야마현 고야산高野山에 52개의 숙박형 사찰 슈쿠보가 있다. 독립된 다다미방과 일본식 사찰 요리 쇼진精進 등을 제공해 고급스러운 료칸에 머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침 독경이나 불경 필사, 명상 같은 프로그램도 대부분 자율에 맡긴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템플 스테이는 베트남 태생의 틱낫한 스님이 설립한 프랑스 남부의 플럼빌리지Plum Village와 미얀마의 국제선센터일 것이다. 종일 좌선하며 참선과 명상을 반복하는 수행 공동체에 더 가깝지만, 심신을 치유하려는 목적은 우리의 템플 스테이와 다르지 않다. 한국의 템플 스테이는 대중적으로 진화 중이다. 오로지 선禪 수행에 집중하는 사찰부터 사찰 음식, 다도와 명상, 걷기, 상담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체험형, 그저 고요하게 쉬다 가는 휴식형까지 다양하다. 최근 단양의 미륵대흥사에서는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일정에 추가했고, 은해사의 성륜스님은 팔공산 구석구석에 자리한 산중 암자를 찾아 트레킹 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그야말로 복합 문화 체험인 것이다.


팔공산 꼭대기에서 발원한 물길이 골짜기 바위에 걸려 흩어지고 머리 위로 황금색 털을 가진 새가 마른 나뭇가지를 튕기고 사라진다. 소나무 숲 사이 기암절벽을 따라 은해사 템플스테이관으로 가는 길이다. 도심을 벗어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세상 시비가 들리지 않는 적요의 공간으로 들어선다. 곳곳에 부드러운 봄볕이 닿고 바람이 느긋해 땅을 눌러 밟기 좋다. 경북 영천 팔공산 자락에서 만난 은해사는 809년 신라시대에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새벽이 오면 사찰 옆 계곡과 저수지의 물안개가 은빛 바다가 물결치듯 피어오른다고 해서 은해사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통일신라시대 불교의 쌍두마차인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이곳에서 수행했고, 은해사 옛터인 운부암은 성철스님이 젊은 시절 공부한 곳으로 유명하다. 비구니 선방인 백흥암을 비롯해 운부암, 기기암, 중앙암 등 산중 암자 여덟 곳에서 1백여 명의 스님이 수행 중이다. 명성만큼 규모가 큰 사찰이지만 경내는 조용하기만 하다.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편안한 표정으로 어슬렁거리는 동안 대웅전에서는 신도들이 묵묵하게 기도를 올린다. 분홍색 수행복을 입은 나도 어느새 그 자리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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