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변화, 광주 양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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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변화, 광주 양림동

동네가 뜨면 떠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는 시대지만,

동네에 켜켜이 쌓인 역사가 오히려 동네를 지켜주는 곳이 있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광주에서도 광주천을 곁에 둔 동네 양림동은 이른바 가장 핫한 동네다. 한 달 전에 없던 가게가 생기고, 일주일 전에도 분명히 있었던 구옥이 헐리고 사라진다. 어찌된 일인지 빵집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고 카페도 많이 들어섰다. 시내에서 양림산을 향해 눈치채지 못할 만큼 천천히 오르막길을 따라 오르는 동네는 점점 외연을 확장해가는 모양새다.


양림동은 광주에서 기독교가 가장 먼저 들어온 곳이다. 동네를 굽어보는 양림산 남쪽 사면에 위치한 이 동네에는 신학대학이 있고 그 옆에는 선교사 23인의 묘지가 있다. 이 동네에 선교사가 들어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1백 년도 더 된 1904년의 일이다. 양림동을 광주를 비롯한 전라도 지역 선교 활동의 거점으로 삼은 미국인 선교사들이 광주 도심에서 가까우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을 짓지 않는 산자락에 집을 지었다. 언덕 위에 지은 집 주변으로는 캐나다 은단풍나무, 북미 흑호두나무,포플러, 플라타너스 등 외래종 수목을 심었는데, 1백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서 이국적인 풍광과 함께 양림동만의 분위기에 만든다. 전도와 의료 활동 등 다양한 방향으로 지역 주민에게 다가간 선교사들 덕분에 양림동에는 기독교인이 많다.

선교사 가운데 가장 먼저 양림동에 왔던 유진 벨(한국 이름 배유지)을 비롯해 클레멘트 오웬 같은 선교사들이 가까이에 모여 살면서 당시 양림동은 ‘서양촌’이라 불렸다. 오웬의 이름을 빌어 지은 오웬 기념각은 일제시대에도 강연회, 가극 대회 등 대중 행사가 열리면서 주민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준 장소였다. 유진 벨이 현재 광주기독병원의 전신인 광주제중원을 세우고, 광주 5대 부자로 꼽히던 정낙교, 최상현 등이 살면서 양림동은 우리 전통문화와 서양 문화가 어울리는,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동네가 됐다. 동네에 스민 문화적 정서는 이후로도 이어져 1950년대에는 시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면서 시인의 마을로도 불렸다. 양림동에서는 해마다 ‘다형 문학 잔치’를 열어 이곳이 배출한 대표 시인 다형 김현승의 문학 정신을 되새긴다.






양림동이 풍부한 문화적 스토리와 세련된 상권 덕분에 많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동네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함께 존재한다. 서울의 홍대 앞이나 망원동, 경리단길 같은 동네에서 벌어지고 목격된 젠트리피케이션이 양림동에서 재현될 것을 염려한 주민과 문화 활동가, 지자체가 현명하게 힘을 합치는 이유다. 외부 상업 자본에 대지를 넘기고 옛 모습을 잃은 전주 한옥마을과 부산 감천문화마을의 사례는 반면교사가 됐다. 원주민들이 떠나고 양림동이 가진 기존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양림동 일원의 카페나 문화 공간에서 광주의 근대를 소재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복합 문화 축제 ‘1930양림쌀롱’이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열리는 이 축제는 관광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외지인이 입장권 개념으로 양림동 카페에서 최대 3잔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텀블러를 구매한 후 이를 다 사용하지 않고 기부하면 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젊은 예술가들이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고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지자체에서는 건물을 매입해 공간을 제공했다. 또 양림동 내에 서양식 건축물과 한옥, 근대 문화 건물이 자리한 부지를 소유한 지자체와 대학 재단, 병원 등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을 설득하고 부지를 계속 보유하도록 돕는 지원책을 찾고 있다. 다행히 양림동은 종교 단체 소유지와 공공 부지가 많아 여타 마을 관광지와 달리 외부 자본에 분위기가 훼손되는 것을 막는 가림막 역할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에게 관광지 개발에 따른 혜택이 돌아가야만 주민들이 떠나지 않고 양림동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양림동 산책 스팟

오웬 기념각 기독간호대학교 안에 있는 건물로 초기에 양림동에 들어온 선교사 중 한 사람인 오웬이 자신의 할아버지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건물이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 양림산 기슭에 동향으로 세워진 2층 벽돌 건물로 미국인 선교사 우일선(미국 이름R. M. Wilson)이 1920년대에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광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이다.이장우 가옥 양림동이 옛날에는 부자 동네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장우 가옥은 지어질 당시의 상류 주택 양식을 잘 보여주는 큰 집이다. 광주시 민속문화재 제1호로 지정돼 있으며 대문간, 곳간채, 행랑채, 사랑채, 안채 순으로 배치돼 있다. 육각커피 커피를 즐겨 마신다고 해서 다형(차를 좋아하는 형)이라 불렸다는 김현승 시인을 기리는 장소였던 다형다방은 지난해 문을 닫은 뒤, 최근 레노베이션해 육각커피란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구 현다방, 현 목각커피 (오른쪽 하단 이미지)


서양식의 아름다운 우일선 선교사 사택 (왼쪽 위 이미지), 원형이 잘 보존된 전통 가옥 '이장우 가옥' (오른쪽 위 이미지),

양림동의 중심 '오웬 기념각' (오른쪽 아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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