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만이 시도할 수 있는 마을

MAGAZINE / JOURNAL


청년만이 시도할 수 있는 마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곳.



2018년 올해 상반기 출판 시장은 위로, 나, SNS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된다. 관계나 일상에서 삶을 대하는 자세 등에 대해 조언하는 에세이가 특히 인기를 끌었다. 이전까지 ‘간절히 바라면 이뤄지고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도전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가 유행했다면, 이제는 뭔가를 반드시 성취할 필요는 없으며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것을 조언하는 것이 트렌드다.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행복할 수 있으며 꼭 적극적이거나 외향적일 필요가 없으니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지금 모습 그대로 괜찮다는 것이다.

괜찮다. 지금 전라남도 목포에는 그렇게 괜찮다는 말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새로운 삶을 제안하는 작은 마을이 생겼다. 괜찮다보다 더 나긋나긋한 뉘앙스의 ‘괜찮아마을’이다. KTX 호남선의 종착지인 목포에서도 문 닫은 가게들이 늘어나는 구도심에 이 마을이 있다.


“청년들에게 위로와 공감의 기회가 필요해 보이는데 그걸 제공해주는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나서서 그런 기회가 되어주기로 한 것이죠.”

그 자신 역시 위로가 필요한 청년 세대인 홍동우 공동대표는 자신이 괜찮아마을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보통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소명 의식으로 할 만한 결정이지만 계시처럼 갑작스러운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연이 길다. 자신을 여행자라고 소개한 그는 스무 살 때부터 오토바이로 전국을 일주하고 캐나다와 독일을 여행하며 여행 책을 썼다. 독일 여행 중 목격한 카 셰어링 서비스에서 공유경제의 미래를 보고 서울로 돌아와 스쿠터 셰어링 사업도 하고, 전국 일주 여행 플랫폼을 표방하는 ‘익스퍼루트’라는 여행사를 설립해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 상품도 만들었다. 청년들이 전국 일주를 하면서 실시간으로 사이트에 기록한 내용을 외국 여행자들에게 홍보해 한국이 여행하기 좋은 나라라는 사실을 알리고, 전국 어디서든 만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었다.

“차를 사서 코스를 정해 전국을 일주하는 동안 사전에 등록한 코스 참가자들이 일정 구간에서 합류하고 내리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처음엔 패러글라이딩이나 히치하이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여행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단순해졌어요. 청년들이 그 여행에 참가하는 이유가 생각보다 다양하더라고요.”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신청 곡을 받아 음악도 듣고 산에 올라 모닥불을 피우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나누다 별을 보며 잠들었다. 2년간 계속한 익스퍼루트의 여행을 끝낸 다음에는 ‘한량유치원’이란 이름으로 제주도에 근사한 숙소를 49일간 얻어놓고 청년들을 모았다. 숙박 수로만 6백71박에 이를 정도로 손님이 몰렸다. 기획은 성공적이었다.

“‘장래 희망은 한량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어요. 당장은 생계유지를 위해 일해야 하지만 나중에는 한량이 되겠다는 꿈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죠. 청년들이 생각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상태를 불안해하거든요.”


목적 없이 공부하고 주위의 권유로 들어선 진로가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고 취업이 안 돼 힘들어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하는 청년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해마다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어요. 교통사고로 죽는 청년보다 자살하는 청년의 숫자가 더 많은데 교통안전에는 예산을 쓰지만 우울증을 앓는 청년들을 돕지는 않아요. 그래서 한량유치원을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에서 좀 더 지속적으로 운영해보기로 한 거죠.”


청년들이 쉴 수 있으면서 유지 비용은 저렴한 곳을 찾던 중에 목포에서 기회가 생겼다. 한량유치원의 손님으로 왔다가 인연을 맺은 시인이자 ‘섬연구소’를 운영하는 강제윤 소장의 공간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괜찮아마을이란 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한량유치원의 기획 단계부터 함께한 박명호 공동대표와 함께 짐을 싸 들고 내려와 목포에 정착했다. 목포의 빈집을 활용해 청년들의 상생을 돕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취지에 동감하는 건물주의 배려로 지금의 공간을 저렴하게 장기 임대할 수 있게 되면서 괜찮아마을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발판이 됐다.

“상권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신도심으로 옮겨가면서 목포의 구도심에는 적산가옥을 중심으로 빈집이나 폐가가 많아요. 건물주가 매물로 내놓고 비워두면서 망가지는 건물을 장기 임대해 공간을 기반으로 청년들이 창업하거나 새로운 도전의 기반으로 삼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공공성을 띠는 일종의 임팩트 투자로 비즈니스 모델을 설정하고 투자설명회를 계획하던 중에 행정안전부에서 진행하는 용역 프로젝트 공모에 참여했는데 선정된 거죠.”


시민의 공간을 활용하는 시민 주도 공간 활성화 프로젝트에 선정돼 예산을 지원받게 되면서 괜찮아마을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탔다. 급히 공간을 정비하고 프로그램을 마련해 올해 60명의 청년을 목포로 불러 모으기로 했다. 30명씩 두 기수로 나눠 각각 6주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역에 살면서 빈집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기획해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거나 매거진 스쿨을 열어 콘텐츠 제작을 경험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지역의 산물을 전국에 팔거나 소규모 축제를 기획하는 등 작은 성공을 경험해보게 하는 것이 프로그램 내용이다. 뭔가를 가르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참가자라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강연할 수 있는 ‘누구나 선생님’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청년들이 이 지역에 정착해 불 꺼진 빈집을 채운다면 목포가 재밌어질 것이다. 사람들이 떠나 상권이 죽고 밤이면 어두운 곳에 다시 불을 밝힐 수 있게 될 것이다. 괜찮아마을이라는 시도가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좋은 시도에서 끝나지 않고 사람들에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도록 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 중이다.


“우리 각자는 점이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면 선이 되고 서너 명이 만나면 면이 되고 그렇게 면이 넓어지면 지역, 마을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괜찮아마을은 그렇게 마을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은 거고요.”

작은 실패나 좌절에 실망하고 낙심한 청년들이 삶을 다시 살아볼 기회는 대단한 데서 시작되는 건 아니다. 음식을 나누고 잠자리를 챙기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상상하는 근력을 키우도록 돕는 괜찮아마을의 시작을 보며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청년을 키우는 데는 괜찮아마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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