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방식의 유물 해설 박물관 애호가 김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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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방식의 유물 해설
박물관 애호가 김서울

보존하는 사람이 있다면 보존된 것을 보는 관점도 존재한다. 그 관점에는 이런 것도 있다.



유물의 사전적 의미는 선대의 인류가 후대에 남긴 물건이다. 그것들은 모두 당시에는 어떤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시간이 지나 여러 형태의 발굴이란 경로를 거쳐 복원되고 박물관 등에서 보존되고 있다.


그런데 박물관 유리 상자 안에 있는 유물이 3년 전부터 트위터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서울(필명)이 박물관 애호가를 자처하며 유물들을 보고 느낀 감상을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크기가 2×5센티미터, 6×3센티미터, 4센티미터에 불과한 조선시대의 휴대용 해시계 앙부일구를 ‘나름 로망이었던 카시오 데이터뱅크를 떠올리게 하는 조선의 첨단 포터블 선 클락(휴대용 해시계)’이라고 소개하는가 하면, 고려의 금동 머리꽂이는 ‘박쥐와 칠보, 식물을 모티프로 제작된 머리꽂이. 머리에 살짝 꽂을 때, 빛을 받아 반짝였을 모양을 상상하면 <반지의 제왕>에 그려지는 요정의 장신구와 비슷한 모양으로 여리게 팔락였을 것이라 상상된다’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고려의 금동관음보살좌상을 두고 ‘화려한 라마교 양식이 잘 반영된 윤왕좌를 한 보살상이다. 묘한 위압감과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는 기운이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어릴 적 구몬을 밀렸을 때, 엄마가 상 앞에 앉아 나를 부르는 모습이 떠올라서가 아닐까?’라고 너스레를 떠는 부분에서는 진심으로 공감하게 된다. 이 트윗들이 화제가 되면서 <유물즈>라는 이름의 독립 서적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이 금세 입소문이 나면서 품절 후 절판되더니 지난해 연말 출판사를 통해 책이 다시 나왔지만 순식간에 또 품절됐다. 포털사이트 중고 거래 카페에서는 지금 정가 2만원인 책을 4만원에 사겠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사람들은 왜 김서울의 유물 안내에 이렇게 반응하는 것일까.


불화 佛畵를 배우면서 유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썼던데 어떻게 불화를 시작하게 됐나요? 어릴 때 음악(클라리넷)을 하다가 그만두게 되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항상 남들이 안 하는 새로운 걸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전통에 매여 있는 불화로 회화 작업을 하면 어떨까 생각한 거죠. 그럼 일단 학교(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가서 배워보자 하고 가볍게 시작했어요.


불화를 배우고 대학원에서는 지류 보존을 공부한 건가요? 뭔가를 하게 되면 A부터 Z까지 기본을 얕게라도 익혀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치면 넘어가기도 하지만 일단은 끝까지 알아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단순히 그림을 그려보자 했는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알아야 할 전통 기법이 무지 많았어요. 종이만 해도 만드는 방식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고, 거기에 아교 처리를 어떤 식으로 몇 번 하고 어떤 온도에서 어떤 방식으로 발랐는지에 따라 또 달라요. 그날의 기온과 습도, 개인의 습관 등 고려할 사항이 아주 많은데 그게 저한테는 혼란이자 기쁨이었어요. 평생 이것들을 다 알고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질문을 아주 많이 품었는데 납득할 만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았죠. 그렇게 물리와 화학까지 섭렵하며 재료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존과학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 부분은 아교를 어떤 방식으로 썼으니까 5년이 지나면 떨어지겠구나 하는 식으로 알게 된 거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보존과학을 공부하고 그 분야에서 일했는데 최근에 박물관학으로 다시 진로를 바꿨어요.


어릴 때부터 박물관을 좋아했나요? 그런 오해를 많이 받아요.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춤을 잘 추고 흑인은 특유의 소울을 타고났다고 얘기하지만 박물관을 좋아하도록 태어난 사람은 없잖아요. 오히려 나와 상관없는 얘기라는 생각에 국사 과목을 너무 싫어했고 박물관에 가면 지루해하는 쪽이었어요. 박물관이 좋아진 건 2014년쯤이에요. 다니던 학교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유물이나 문화재 자료밖에 없어서 자연스레 가까이하게 됐어요. 수업 시간에 그리는 그림이 박물관이나 절에 있으면 그걸 보러 답사를 다니고 그림을 그리니까 남들보다 들어오는 정보가 더 많았어요. 거기에 계기가 된 몇몇 전시를 보면서 박물관의 필요성을 알게 됐죠.


남들도 재미를 붙였으면 해서 책을 쓴 건가요? 친구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같이 가면 친구가 저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또 어느 순간부터 제가 설명해주게 됐어요. 그러면서 ‘너랑 같이 가니 박물관이 참 재미있더라’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유물을 실제로 보면 다들 ‘이게 이렇게 큰 줄 몰랐어, 이렇게 작은 줄 몰랐어, 이렇게 세밀한 줄 몰랐어’하는 반응을 보이죠. 저도 유물을 공부하면서 처음엔 유물을 보는 것이 어색했어요. 부여에 있는 백제 금동대향로는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되게 커요. 왜 이 크기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생각해보니 학창 시절 교과서에 사진으로 실려 있지만 이미지는 가로세로 1센티미터 크기인데 텍스트는 10센티미터 분량이었거든요. 유물을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이미지는 유물에 다가가도록 돕지 못한 거죠. 유물을 대면할 기회가 있으면 누구라도 아름답다고 느낄 텐데 ‘고려청자는 아름답다’는 식으로 주입식 교육만 했다고 봐요. 그래서 이런 책에는 이미지를 최대한 크게 넣고 텍스트는 ‘이 정도 애티튜드를 보여도 괜찮다’라는 걸 알려주는 정도로 넣었어요. 미나 디자인을 보는 관점을 갖고 얘기하는 것에 다들 익숙하지 않지요.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도 박물관에 가면 소극적이 돼요. 감상하면 되는데 설명부터 읽어요. 조선시대, 유교 이런 식의 조합으로 이해하고 거기 적혀 있는 글을 따라 이해하죠. 현대미술을 볼 때도 아무리 난해한 작품이라도 제목만 보고 이해하려고 애를 쓰잖아요. 제 주변 사람들의 태도도 대체로 다 그래요.


읽으면서 웃게 만드는 감상평이 많은데 글을 쓸 때 따르는 원칙이 있나요? 유물에 관심이 없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써야 하잖아요. 개인적인 감흥을 드러낸 건 이런 감상을 텍스트로 남겨도 실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정보가 필요 없거나 정보를 주면 너무 어려워지는 경우에 한해 재밌는 감상평을 싣고 추가적으로 길게 서술하고 싶은 내용은 페이지를 따로 마련해서 실었어요. 전달할 정보가 있는데 굳이 전달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전문용어를 쓸 수도 있지만 살짝 얹는 정도로만 하고. <유물즈> 쓸 때도 그랬는데 부모님과 함께 박물관에 자주 다녀요. 부모님도 ‘네가 얘기해주니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재밌다’고 하세요. 그래서 내 글을 부모님이 본다는 생각으로 재미있되 무례하지 않은 선을 지키려고 하죠. 엄마와 아빠에게 얘기하듯 말이에요. 지금 박물관에 관한 책을 쓰고 있는데 너무 깊은 얘기를 하면 전공서와 다를 게 없고 교양서로 읽히려면 지금의 기조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톤에 맞게 정보를 전달하는 태도가 필요해요.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얘기하거나 다른 사례를 끌어와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얘기하지만 항상 부모님을 고려해요.






유물을 보존한다는 것은 어떤 일인가요? 보존과학에서는 인간의 모든 손길을 훼손으로 봐요. 수리할 때 이물질이 묻은 부분을 면봉에 약품을 묻혀서 살살 닦아내더라도 원래의 표면이 마찰로 없어질 위험이 크니 명백한 훼손이죠. 물론 이 경우 훼손이 아닌 복구의 형태로 보이지만 찢어진 종이를 다시 붙이기 위해서 풀을 바르는 것도 사실은 훼손 행위예요. 새로운 단백질 공급으로 해충이 들어가거나 열화될 위험성이 높아지니까요. 보존 관련 일을 하면서 진정성에 스스로 의문을 갖게 됐어요. 저는 보존한다고 하는 일인데 사실 매일 훼손하는 셈이어서. 열화되는 속도는 가속되는데, 그 속도를 낮추는 것이 보존이지 열화를 아예 중단시키는 것이 보존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보존은 다음 세대를 위해 시간을 벌어놓는 행위이기 때문에 모든 행위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죠. 지금의 기술력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미래에 넘기라고 해요. 익산 미륵사지석탑만 해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시멘트를 발라버렸다고 비난하지만 당시로서는 시멘트가 가장 좋은 기술이었던 거죠. 사실 보존 처리는 어떻게 해도 나중에 비난받게 돼 있어요. 그래서 처리 과정을 충실히 기록하는 것이 최선이에요.


다음 책은 박물관에 대한 얘기인가요? 유물에 대해 얘기하면서 박물관 얘기를 할 기회가 많았는데 알아가면서 보니 박물관에 대해 몰랐던 점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가령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거의 없다거나.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와 관련한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발전 가능성이 높아지는 길이라고요. 그러다 보면 훼손되는 부분도 많을 테니 보존과학도 더불어 발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고요. 다 훔쳐다 둔 것이긴 하지만 모두 영국의 박물관 문화를 부러워하잖아요. 교양 있고 교육적이라고. 우리나라에선 하지 못하는 일인데 그걸 해내면 우리나라의 보존과학이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고, 제가 공부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함께 공부해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어서 책을 쓰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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