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아침 밥상

MAGAZINE / JOURNAL



가벼운 아침 밥상


발우 공양 대신 아침 죽으로 쌓는 공덕



한때 유행했던 말, ‘당신이 먹는 음식이 바로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는 1700년대에 이미 <미식 예찬>을 쓴 장 앙텔름 브리야 사바랭의 말과 같다. ‘당신이 오늘 먹은 것을 이야기해보라. 그러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겠다.’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것이 음식이라면 이는 보통 사람들보다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탐구하는 종교인 혹은 구도자에게 더 중요한 명제일 것이다. 그리고 같은 이유에서 ‘사찰 음식’이 주목받는 것일지 모른다.


“우리는 그다지 잘 먹지 않아요. 그냥 심심하게 먹는 정도지. 우리 집 음식 맛을 남과 비교하는 데도 관심이 없어요.”


서울의 관악산 자락에 있는 현대적인 사찰 길상사에 기거하는 정위 스님은 사찰 음식에 대해 묻자 손사래부터 친다. 그는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살림과 음식 솜씨로 알려져 있지만, 자신이 하는 음식은 요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찰 음식과 거리가 있다고 선을 긋는다. 스님이 먹는 아침밥 역시 사람들이 흔히 기대하는 절 밥과 다르다.


“우리는 아침에 죽을 주로 먹어요. 매일 먹으니까 이것저것 자꾸 하나씩 시도해보는데 그러다 보니 꽤 다양한 죽을 만들어 먹게 됐죠. 원래 사찰에서는 죽을 잘 끓이는데, 요즘엔 아침에 죽 끓이는 절이 별로 없을걸요.”






이날의 죽은 된장죽이다. 표고버섯과 감자, 기름에 튀긴 두부를 넣어 끓였다. 간은 약하게 하고 대신 콩자반과 무장아찌 같은 반찬 두어 가지를 곁들여 먹는다. 아침에 죽을 먹으면 소화가 잘되고 배에 찬 가스가 배출되는 것을 돕는다. 사실 사찰 음식에도 죽이 많다. 바죽, 현미죽, 연시죽, 팥보죽, 비지죽, 개암죽, 우분죽, 늙은호박죽, 잣죽, 콩나물죽, 흑임자죽, 옥수수죽, 땅콩죽, 채소죽, 팥죽, 들깨죽, 호두죽, 미역죽, 아욱죽, 녹두죽, 버섯죽, 대추죽, 오미자죽 등 이름도 낯선 죽이 많다. 죽으로 끓일 수 있는 건 모두 끓이는 느낌이다.


“스님이 수백 명씩 있는 곳에서는 죽을 끓이는 것이 오히려 힘들 거예요. 우리는 사찰이 작고 노스님이 계시는 데다 저 역시 아침에 죽을 먹으면 속이 편안하니까 자주 끓여 먹죠. 속세 사람들하고 똑같아요.”


승려들이 탁발(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해 승려가 걸식으로 의식을 해결하는 방법)을 하는 나라도 있지만, 선종 불교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을 수행의 일부로 본다. 자연스럽게 승려들이 직접 농사짓고 음식을 하게 되면서 사찰 음식이 발전했다고 보는 설이 유력하다. 정위 스님 역시 텃밭 농사를 짓는다.


“재미있어요. 나눠 먹을 수 있고, 농약 문제 같은 데서 자유롭잖아요. 맛도 내 생각에는 키운 게 다르기는 해요. 똑같은 루콜라도 우리가 씨를 뿌려 햇빛 보고 천천히 자란 것은 향부터 달라요. 씹히는 식감도 다르고.”


스님들의 식사로 흔히 ‘발우 공양’을 떠올린다. 발우 공양은 스님들이 하는 평소의 식사를 말하는데, 그릇을 헹구는 것으로 시작해 물로 헹궈 남은 음식을 모두 먹은 후 청수로 헹궈 정리하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이 역시 규모가 있는 사찰에서 지키는 식사법으로, 작은 사찰에서는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것이 정위 스님의 설명이다.

스님의 일과는 새벽 4시에 시작한다. 일어나면 먼저 예불을 드린다. 예불이 끝나면 6시. 그때부터 천천히 아침을 준비하고 7시면 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기 전에는 게송(불교 교리를 담은 한시의 한 형태)으로 공양게를 외운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에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불교에서는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공덕을 쌓는 일이라고 말한다. 내가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일차원적으로는 나를 위한 일인데 농사지은 사람을 위한 일로 돌리는 것이다.


“나누는 거예요. 좋은 음식이라고 특별한 걸 말하는 건 아니에요. 옛날에는 다 귀하게 생각하고 농사지었잖아요. 그래서 그걸 공덕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저는 그냥 ‘위로 모든 부처님께 아래로 모든 중생들에게 이 공양을 올립니다’라는 기도문을 외워요.”


내용은 같지만 형식에 매이지않고 단순하며 군더더기가 없다.


“저녁은 안 먹고 아침을 꼭 먹는 편이에요. 절에서는 일반적으로 저녁을 안 먹거나 가볍게 먹어요. 저녁을 적게 먹으니 아침에 시장한 데다 우리는 일찍 일어나서 활동하니까 아침을 챙겨 먹게 돼요.”


뜻밖에도 어떤 날은 늦잠을 자 여유 시간 없이 쫓기기도 한다. 아침 일찍 뭔가 해놓지 않으면 많이 흐트러진다. 점심 먹고 나면 절에 오고 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스님은 아침밥을 챙겨 먹는다.


“그렇다고 아침을 먹는 행위가 하루의 수양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먹어야 하니까 먹는 거예요. 대단한 즐거움이잖아요. 우리는 잘 해 먹지 않는데 이렇게 다른 음식도 한번 먹는 거죠.”






스님의 아침밥은 요즘 떠올리게 되는 사찰 음식과 다르다. 편리와 풍요가 넘치는 시대에 오히려 헛헛하게 만드는 위로가 아니다. 부족한 것을 넉넉한 것으로 대하고,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아침을 커다란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렇게 마음을 다스리는 음식이 바로 사찰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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