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대신 아침 차

MAGAZINE / JOURNAL



아침밥 대신 아침 차


바쁠수록 돌아가라.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아침의 짧은 찻자리.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는 채드 킴Chad Kim의 아침은 7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의 사무실까지 출근 전에 주어진 여유 시간은 1시간 남짓. 집 뒤로 키 높은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나지막한 산을 반려견 두 마리와 산책한 다음 과정은 차를 마시는 시간이다. 시간이 짧은 만큼 간단하게 백차나 청차를 주전자에 우려 마신다. 차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아침 루틴에 끼워 넣은 일이다.


“차를 마시기 시작한 건 1년 남짓 됐습니다. 부산에 내려온 지 5년째인데 그사이에 일에 치이다 보니 일상을 많이 놓쳤어요. 과거의 건강했던 삶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차를 접하게 됐습니다.”


그가 서울에서 활동하다 부산으로 거점을 옮긴 것은 5년 전으로, 이 중 최근 2년간은 부산의 도시재생과 문화 콘텐츠 기획 등의 사업을 하는 ‘RTBP 얼라이언스’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RTBP는 ‘Return To the Busan Port’의 약자로 ‘돌아와요, 부산항에’라는 뜻이다). 기획자인 김철우 대표가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거기에 색과 모양을 입히는 작업을 도왔다. 이 덕분에 RTBP 얼라이언스는 짧은 시간에 두각을 나타내며 도시재생 콘텐츠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은 체중이 20킬로 가까이 늘고 몸도 많이 변했지만 30대 초반부터 요가와 명상을 오래 했어요. 서울 성산동에 있는 ‘라자 요가의 집’에서 3년 동안 수련했습니다. 그때부터 건강하고 자신을 돌보는 삶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물론 당시에는 요가에 빠져서 차의 세계는 몰랐지만.”


인도에서 요가를 정식으로 수련한 선생님께 배운 옴만트라(인도에서 신성시하며 요가 수련 전에 외우는 주문)를 외고 아사나(요가 체위)를 한 다음 3분간 명상하는 코스로 이어지는 일련의 루틴에 푹 빠져 있던 시기였다. 그러다 부산으로 근거지를 옮기면서 자신에게 맞는 요가 선생님을 찾다가 시기를 놓쳤다. 일에 쫓겨 한동안 요가를 놓게 된 것이다. 뭔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우연찮게 계기가 찾아왔다.


“재작년에 일본 교토에 갔다가 뷰티 브랜드인 이솝 매장에 들렀어요. 거기서 웰컴 티를 주는데 그곳의 분위기와 단순한 허브차 한 잔이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 여행에서 돌아온 뒤부터 부산에 어떤 차가 있고, 어떤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지 알아보고 다녔어요. 차를 마시는 문화적인 분위기에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요.”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까운 데다 항구를 통해 외래 문화를 잘 받아들이는 지역 특성상 차를 즐기는 인구가 많은 부산이지만, 그가 만족할 만한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단순히 차 자체에 그치지 않고 차를 이루는 모던한 분위기가 그를 움직였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까지 차를 배우러 다닌 끝에야 비로소 원하는 ‘차 생활’을 찾을 수 있었다.






“마침 회사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던 때라 부산에서 차와 관련한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일자리 지원 사업 자금을 받을 수 있게 되어 ‘로컬’에 초점을 맞춘 행사를 만들었죠. 이름은 지금과 차를 조합해서 ‘차세대茶世代’라고 붙이고요.”


‘차세대’는 어른들의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차 문화를 청년의 문화로 바꾸고, 이를 바탕으로 지방에서 차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담은 이름으로, 지역에서 소규모 티룸을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부산 지역의 차 전문가를 섭외해 프로그램을 여는 한편, 영도구의 봉산마을에서 마을 사업으로 추진 중인 블루베리 농장과 연계해 차를 상품화하는 일도 기획했다.


“티 마스터에게 봉산마을에서 생산하는 블루베리를 응용한 차와 이 마을에서 영감을 얻은 차, 이렇게 두 종류를 의뢰했어요.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블루베리 에센셜 오일을 더한 ‘베리봉산티’라는 차와 비탈길이 많은 영도에서 영감을 받은 ‘비탈티’라는 제품입니다. 저는 처음 컨셉트를 제안하고 테스트 과정에서 차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역할을 했고요.”


회사 일과 별개로 ‘티사운즈Teasounds’라는 이름으로 찻자리를 기획해 정기적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꾸준히 차를 알리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기획한 일이다. 차 전문가를 섭외해 차회를 열고 전문가들이 차에 대한 지식을 나누면 채드 킴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공간을 마련한 후 다구를 세팅하고 거기에 자신이 선곡한 플레이리스트에 따라 사운드를 트는 콜라보레이션 프로그램이다.


“개인적으로 차를 마실 때 소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올드하지 않은 세련된 사운드와 모던한 공간 연출로 색다른 찻자리를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차세대와 티사운즈 모두 차를 마시면서 떠올린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일로 연결된 사례다. 그렇다면 개인적인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예전에 커피에 관심을 갖고 전문적으로 배우기도 했지만, 커피를 마시는 행위에서는 카페인 덕분에 조금 더 액티브해지는 것 외에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차를 배우고 마시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습니다. 명상과 요가를 못 하지만 소소한 찻자리가 그걸 대신해주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매일 차를 마시는 시간을 꼭 내려고 노력합니다.”


차를 마시는 시간이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견디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마트폰으로 인스타그램을 뒤적이며 아침을 보내는 대신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갖는 것은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는 의미가 크다.


“다들 아침 시간을 보내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잖아요. 사과를 한 개 먹는다거나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한다거나. 제게는 자신과의 찻자리가 그런 의미입니다. 이 시간을 챙겼다는 사실 자체가 제게 작은 성취감을 줍니다. 작은 성취감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하는 거죠.”


이제 날이 풀리면 겨울 동안 열지 못했던 티사운즈를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그가 아침 차를 통해 얻은, 하루를 살아낼 작은 용기와 영감을 담은 사운드를 플레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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