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야 알게 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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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야 알게 되는 것들


음악과 함께 나이 든다는 건 온전한 나만의 세계가 넓어진다는 뜻이다. 



좋아서 음악을 들었고, 혼자서 곡을 만들었다. 자작곡이 쌓이자 음반을 냈다. 때로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와 연주도 한다. 그렇게 음악을 즐긴 세월이 어느덧 40년이 넘었다. 미국 육류 회사 스미스필드SmithfieldFoods의 한국 지사 김종민 대표(62) 이야기다.


김 대표가 음악에 본격적으로 빠져든 건 고등학교 때다. 피아노를 치던 누나에게 악보 보는 법을 물어보며 기타 현을 짚어나갔다. 독학으로 기타 연주법을 깨우친 뒤 ‘최애’ 연주곡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었다. 아련하고 낭만적인 선율은 소년 김종민의 우주에서 별자리처럼 반짝였다.


대학생이 된 1977년, 제1회 대학가요제가 열렸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청춘의 고민을 담은 자작곡 ‘방랑자’로 입상했다. 카펜터스Carpenters와 존 덴버John Denver를 좋아했다. 서정적인 가사와 소박하고 따뜻한 노래에 마음이 끌렸다. 음악 동아리 ‘하모니’에도 가입했다. 기타 연주나 합창을 하고 음악에 푹 빠져 지내던 시절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무역 회사에 취직했다. 사회인으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동안 음악은 삶의 뒤편으로 밀어뒀다.


기타 연주는커녕 음악을 들을 시간조차 없는 날이 태반이었다. 그래도 음악은 그에게 여전히 정서적 공허를 받쳐주는 땅이었다. 포근하고 단단한. 인생이란 원래 좋다가도 나빠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언제든 그 땅을 딛고 다시 나아갈 수 있었다. 위로가 필요할 때면 블루스, 그중에서도 신촌블루스와 김목경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






“음악은 직업이 아니라 취미로 남겨두어야 더 오래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젊어서는 꿈을 좇으며 음악에 매진하는 친구들을 부러워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모든 선택에는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지요. 삶의 기반을 성실하게 쌓아온 덕에 지금은 좋아하는 음악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어요.”


다시 기타를 잡은 것은 2010년부터다. 삶이 안정되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자 집에 기타를 연주하고 곡을 쓸 수 있는 작업 공간을 마련했다. 그사이 음악적 취향은 더 깊고 넓어졌다. 발라드, 레게, 록, 트로트까지 장르와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재작년에는 아내와 함께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을 관람했다. 평상시 음악을 듣기 위해 찾는 곳은 압구정동에 있는 바이닐 바 ‘트래픽’과 가수 임병수가 운영하는 한남동의 ‘파티스테이션’이다. ‘아이스크림 사랑’ ‘약속’ 등의 히트곡으로 알려진 임병수의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한 적도 있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독일 음반사 ECM(Editions of Contemporary Music)의 앨범을 작업하는 안웅철 사진가와도 친분이 있다. 글과 음악을 창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예술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사이다. 모두 음악으로 맺은 인연이다.


김 대표는 잠을 자다가도, 여행을 하다가도 영감이 떠오르면 틈틈이 가사를 적고 허밍으로 멜로디를 녹음한다. 메모가 쌓여 만든 자작곡이 50곡이 넘자 아내의 권유로 앨범을 만들었다. 아내는 ‘가수’ 김종민의 가장 열렬한 팬이자 음악적 동지다. 그가 만든 첫 자작곡 앨범의 사진을 찍고 커버 디자인을 한 것도 아내다. 앨범에는 아내가 좋아하는 곡을 비롯해 10곡을 담았다. 지인과 가족을 초대해 트래픽에서 발표회도 열었다. 윤영미 아나운서가 사회를, 재즈기타리스트 하타 슈지畑秀司가 메인 연주를 맡았다. 아내는 살사 댄스를 췄다.


“미국, 캐나다, 폴란드에 있는 해외 클라이언트에게 제 앨범을 선물한 적이 있어요. 누구 앨범인지는 얘기하지 않고요. 나중에 앨범 사진을 보고서야 ‘이 뮤지션이 혹시 당신이냐’면서 놀라워하더군요. 다들 ‘쿠바로 갈 거야’라는 곡을 가장 마음에 들어 했어요.”


쿠바는 꼭 가보고 싶은 나라다. 쿠바의 골목에서 버스킹을 하는 것이 로망이다. 아내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살사 댄스를 출지도 모른다. 로망이 한 가지 더 있다. 살아온 인생을 글로 옮기는 것. 자신의 인생을 자작곡의 악보와 가사를 넣어 한 권의 책에 담고 싶다. ‘인생 음악’으로 골라둔 것은 ‘바르샤바로 가는 열차’다. 어두운 단조 멜로디에 쓸쓸한 가사를 얹었다. 업무상 자주 방문하는 폴란드에서 보았던 회색빛 도시, 바르샤바의 풍경을 모티프로 삼았다.


삶은 늘 달콤한 것도, 씁쓸한 것도 아니다. 나이가 들면 햇살이 내리쬐는 풍경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란 것도 안다. 모든 강은 흘러서 바다로 간다. 때론 느리고 조용하게, 때론 경쾌한 선율로 물줄기를 바꿔가며 깊어진다. 노래처럼 살기보다 노래하듯 살아온 그에게 음악이란 인생을 이해하는 리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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