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째 매일 새로운 날

MAGAZINE / JOURNAL


82년째 매일 새로운 날


스웨덴 할머니의 일상을 떠올려보라.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링곤베리 잼을 만드는 목가적 풍경을 상상했다면 오산.

SNS로 손주들과 소통하고 카약과 크로스컨트리를 즐기는 할머니, 모나를 만났다.



스웨덴에서는 ‘평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남자와 여자의 일을 나누지 않는 것은 물론 부모와 자녀, 노인과 아이의 관계도 수평적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호칭도 거의 쓰지 않는다. 80대 노인도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일을 자녀나 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처리한다. 퇴직 후에는 제2의 인생을 찾아 활기찬 노년을 보낸다. ‘인생은 열두 살 이전과 예순다섯 살 이후가 전성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지역 스포츠 클럽에는 시니어를 위한 강좌와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다. 1백 세 할머니가 장을 보고 꽃꽂이를 하는 평범한 일상을 담은 블로그가 인기를 얻으며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60대에 크로스컨트리 완주에 도전하고 80대에 카약을 타기 시작한 모나 할머니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 나이에 무슨’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도전하고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녀에게 행복한 노년의 비결을 물었다.


자신을 소개해주시겠어요? 저는 모나 에디트 마리안네 룬드크비스트Mona Edit Marianne Lundqvist예요. 1937년생으로 올해 여든두 살(한국 나이 84세)이고 여섯 살 아래의 남편 칼 안데르스 룬드크비스트Karl Anders Lundqvist와 스웨덴 달라르나Dalarna 지방의 소도시 보를렝게Borlänge에 살고 있어요. 예테보리에서 학교를 졸업한 뒤 스톡홀름을 거쳐 이곳 달라르나 지역에서 재활의학사로 활동했어요.


스웨덴 전통의 빨간 나무집이 인상적이에요. 이 집에 산 지 오래됐나요?
 40년 됐어요. 스톡홀름에 살면서 딸 한나를 낳고, 아이를 도시에서 키우고 싶지 않아 이곳으로 이주했죠. 남편이 먼저 직장을 옮긴 뒤 6개월간 캠핑카에 살면서 이 집을 지었어요. 그 뒤로 한 번도 이사하지 않고 이 집에서 살았고, 앞으로도 20년 더 살 계획입니다.


와, 가족의 역사나 다름없는 집이네요! 그만큼 애착이 깊을 것 같아요. 맞아요. 이 집에서 딸 한나는 물론 한나의 아이들까지 뛰놀며 자랐으니까요. 스톡홀름에서 살 때는 집의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싫었어요. 다이닝 룸과 거실이 트인 구조로 설계하고, 창문도 최대한 크게 많이 낸 이유예요. 종일 밝은 집을 짓고 싶었어요. 식탁 위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피카Fika(차 마시는 시간)를 즐길 수 있어서 만족해요.


평소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평범해요. 아침에 일어나 차를 마시면서 TV를 본 뒤 뜨개질이나 물레질(spinnrock)을 해요. 남편은 책을 읽고요.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피카를 즐기고, 점심은 보통 간단하게 샐러드를 먹어요. 이웃 도시 팔룬Falun에 사는 딸 한나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만나고, 손녀 틴틴(15세), 손자 단테(13세)와 클럽에서 함께 운동하죠.






지난해부터는 카약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하루는 틴틴과 단테가 카약을 배우고 싶다고 하더군요. 팔룬에 있는 스포츠 클럽에 함께 가입해서 카약, 헬스, 골프 같은 운동을 같이 해요. 스웨덴은 호수가 많아서 물에서 하는 스포츠를 즐기기 좋아요. 봄부터 가을까지는 카약과 세일링을 하고 겨울에는 숲속에서 롱스키(크로스컨트리)를 타죠.


모두 체력이 상당히 필요한 운동 같은데요? 맞아요. 하지만 운동은 꼭 젊어야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저는 마흔 살에 서핑을, 쉰 살에는 승마를 시작했어요. 어떤 운동이라도 일단 시작하면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다는 것이 중요하죠. 저도 제가 여든한 살에 카약을 배우게 될 줄 몰랐으니까요. 예순 살부터 겨울마다 출전한 롱스키 마라톤은 자연과 한계를 극복하고 30km에 이르는 코스를 완주한다는 의미가 컸죠. 일흔아홉 때까지 열아홉 번 도전했어요(그의 스키에는 19개의 완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젊을 때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이어온 취미도 있나요? 앤티크 가구를 모아요. 40년 전 이 집을 짓고 집에 필요한 가구를 사기 위해 앤티크 경매장을 찾았는데, 그 이후로 자연스레 앤티크에 관심이 생겨 알모게Allmoge(스웨덴 전통 농가 스타일) 가구와 쿠르비츠Kurbits 페인팅, 전통 공예품을 하나둘 모으고 있죠. 최근에는 한 경매에서 알모게함을 낙찰받았는데 문양이 아주 아름다워요.


현관에 ‘monantique’라는 팻말이 붙어 있던데요. 모나와 앤티크의 합성어인가요? 정확하게는 모나, 안데르스, 앤티크를 합친 말이에요. 얼마 전 그 이름으로 앤티크 박람회에 참가해 우리가 모은 앤티크 제품을 팔았어요. 달라르나 전통 앤티크 제품을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정리도 필요했으니까요. 


가구는 물론 조명등, 유리 공예품까지 컬렉션이 상당한데요. 관리가 버겁지는 않나요? 아직은 곁에 두는 것이 좋아요. 은퇴 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노년일수록 좋아하는 것에 둘러싸여 지내는 생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집을 가꾸는 일은 평생 해야 하죠.


테이블에 바퀴가 달려 있어 옮기기 편할 것 같아요. 맞아요. 청소할 때 편리해요. 사실 젊을 때부터 음식 하는 것보다는 집을 정리 정돈 하는 일을 더 좋아했어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어야 성에 찰 만큼 깔끔한 성격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아무래도 청소를 점점 덜 하게 돼요. 그래도 매일 욕실 청소하는 건 잊지 않죠. 욕실이야말로 기분 좋은 생활의 시작이자 끝이니까요. 텃밭 농사는 힘에 부치지 않을 만큼 조금만 짓고, 마당의 잔디는 잔디 깎는 로봇이 해결해줘요.






스마트폰을 쓰시네요. 다루기 어렵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낯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손주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도 모두 편해서 좋아요. 무거운 카메라 없이도 카약 탈 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고요!


여유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스웨덴의 탄탄한 사회복지 덕분인가요? 사회복지 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만 연금만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하긴 어려워요. 남편도 나도 정년까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저축을 충분히 한 덕분이에요. 우리 나이쯤 되면 내일이 매일, 꼬박꼬박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어요. 운동으로 ‘건강한 생활’을 미리미리 저축해야 합니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도 생기는 시기입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이 과정을 받아 들일 준비도 하실 것 같아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스웨덴의 동화 작가, <말괄량이 삐삐> 저자)의 유명한 일화가 있어요. 그가 노년에 자매들과 통화할 때 늘 첫인사로 ‘되덴 되덴 되덴 döden döden döden' 하고 외쳤다고 해요. ‘죽음’이라는 단어인데, 그걸 먼저 얘기하면서 오히려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받아들일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우리 부부도 우리가 언젠가는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죽음을 준비하는 대신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항상 새로운 즐길 거리를 찾아요. 몸도 뇌도 운동하며 계속 배우고 성장하는 한 똑같은 날은 없으니까요. 늙는 게 아니라 매일 새로워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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