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가족

MAGAZINE / JOURNAL


늦은 가족


유한한 삶에 대한 불안을 나누며 이해하고 위로받는 가족이 반려묘라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고양이 두 마리와 노년을 보내는 할머니의 이야기.



최순이라고 합니다. 올해 여든 살이에요. 할아버지는 아흔 살이세요. 딸이 셋인데 모두 시집을 갔지요. 지금은 순돌이와 꽃비라는 고양이 두 녀석과 함께 살아요. 갈색이 순돌이, 까만색이 꽃비예요. 처음에는 순돌이만 있었는데 나중에 막내딸이 결혼하면서 사위랑 지내던 꽃비가 우리 집으로 왔어요.


처음부터 고양이를 원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 전에는 토끼를 키웠지요. 딸이 분양을 받아서 키우게 됐어요. 이름은 밍키인데 8년을 함께 살았어요. 토끼로는 장수했지요. 밍키가 죽고 나서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마음이 너무 힘들었으니까. 키울 때는 좋지만 이별을 겪는 게 좋지 않았어요. 게다가 그때까지 내게 고양이는 키우는 게 아니라 쥐를 잡아먹으라고 집에 두는 존재였어요. 집 안에 두면 털이 날릴 테고, 밤에 울기라도 하면 이웃에 피해도 갈 것 같고. 옛날엔 다들 동물을 집 안에서 키우면 안 된다고 생각했잖아요. 


순돌이를 처음 본 곳은 길이에요. 딸이 집에 오는 길에 만났는데 애교를 부리더래요. 계속 눈에 띄어서 딸이 먼저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어요. 주로 퇴근하고 밤에 밥을 주러 갔기 때문에 걱정이 되어 자주 따라갔더니 나도 알아보더라고요. 딸이 퇴근이 늦거나 어디 놀러 가기라도 하면 내가 밥을 챙겨줬고요. 그런데 함께 다니던 이웃 고양이가 교통사고로 죽고 나니 다른 고양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더라고요. 부르면 항상 어디서든 나타나던 순돌이가 멀리있길래 다가가서 살펴보니 몸에서 나지 않던 냄새가 났어요. 다른 고양이에게 물려서 상처 난 귀에서 진물이 흐르 며 나는 냄새였지요. 병원에 데려갔다가 돌아오며 생각해보니 길에 두면 치료를 받기도 어렵고 잘 살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그때 순돌이를 데려오자고 딸에게 얘기했어요.

 





거실에서 키우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순돌이가 워낙 울어서 집 안 방문을 다 열어뒀어요. 그랬더니 내 옆에 와서 자더군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겨울에도 순돌이 때문에 방문을 열어둬요. 밤에 화장실을 가야 하니까. 토끼 밍키도 주인을 알아보고 따라서 신기했는데, 순돌이와 꽃비는 밍키보다 훨씬 더 우리 곁에 있으려고 해요. 나를 잘 따라요. 딸네 집에서 하루 자고 왔더니 순돌이가 평소 잘 하지 않던 꾹꾹이를 어찌나 많이 해주던지. 그래서 뭐 요런 게 있나 싶었어요. 내가 성당에 다녀오기라도 하면 순돌이랑 꽃비가 나와서 반겨줘요. 할아버지랑 다투고 거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따라와서 내 옆에 앉아 있고. 그럴 때면 요것들 때문에 산다 싶은 마음이 들지요.


순돌이가 길고양이 시절에 내가 낮에 성당을 가는데 한참 따라온 적이 있어요. 나는 몰랐는데 순돌이가 울어서 나를 불러 세웠어요. 전날 밤 순돌이가 나타나지 않아서 밥을 못 줬거든. 배가 고파 그런 모양이다 싶어 집에 있던 할아버지한테 전화해 밥 챙겨 오라고 해서 먹이느라 성당에 못 갔어요. 그런데 집에 오니까 내가 물 끓이려고 가스레인지에 주전자 올려놓은 게 그대로 있더라고. 할아버지도 몰랐나 봐요. 만약 그날 순돌이가 안 따라와서 그대로 성당에 갔으면 집에 불이 났을지도 몰라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지요. 순돌이가 얼마나 고마운지.


순돌이는 길에 살 때부터 다리가 아팠는데 우리 집에 오고 나서 수술을 했어요. 입원해 있을 때 병원 사람들한테는 개처럼 으르렁거리다가도 내가 이름을 부르니까 야옹야옹 하고 데려가라고 울었던 게 기억나요. 순돌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할머니 좋다고 꼬리 치며 나한테 와서 이리 비비고 저리 비비며 반가워하거든요. 그때도 예뻐요. 꽃비는 하는 짓이 다 귀여워. 밤에 잘 때 내 팔 베고 자고 품에 안겨 자고 하거든. 그럴 때 특히 예뻐. 얘네들 걱정에 어디 멀리 가서 자고 오는 건 쉽지 않아요. 요즘엔 순돌이와 꽃비가 털이 많이 빠져서 빗질도 자주 해주려고 하는데 내가 기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자주 못 해줘요.

 





순돌이가 창문으로 내다보는 걸 좋아해요. 뒤쪽 발코니 문을 닫아놓고 있으면 나가고 싶다고 울어요. 그러면 나가고 싶으냐 하면서 문 열어줘. 순돌이랑 꽃비가 때 되면 좋아하는 거 맛있는 거 달라고, 나더러 내놓으라고 울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좋아하는 간식 챙겨주고. 내가 고양이들한테 혼잣말할 때도 있고. 고양이들이 있어서 심심하지 않아요. 할아버지랑 둘이 있으면 할 얘기가 없는데 그래도 고양이들 얘기는 하지. 할아버지가 고양이 떨어지지 않게 창문에 방범망을 달아주고 창문 앞에 앉을 자리도 만들어줬지만, 나이 들면서 점점 더 고집불통이 돼가거든요. 요즘 순돌이가 잠을 많이 자고 기운도 없어 보일 때가 있어요. 우리 집에 온 지 오래됐고 그만큼 나이가 많아서 걱정이 돼. 나도 나이가 들면서 기력이 없으니까 나처럼 그런가 싶어 짠해요. 건강하게 할머니랑 오래오래 같이 살자고 기도해요. 고양이들한테도 그렇게 얘기하지요. 


파트너쉽 문의

byseries;와 함께 남성 멀티샵을 구성해 나갈 신규브랜드 및 입점업체를 모집합니다.
파트너쉽에 대해 문의나 제안 주시면 담당자가 검토 후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름
연락처
이메일
@
제목
내용
0/2000Byte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부문은 매장 개설 문의 및 접수하는 개인을 대상으로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01. 수집하는 개인정보 항목
[필수] 이름, 메일 주소, 전화번호
02.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목적
매장 개설에 관한 내용 검토 및 원활한 의사소통 경로 확보
03. 개인정보의 이용기간
문의 및 접수한 날로부터 3개월간 이용자의 조회를 위하여 보관하며, 이 후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04. 동의 거부권리 안내 추가
위와 같은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동의를 거부하는 경우, 신청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개인정보처리방침을 준수합니다.
확인

SNS공유

알려드립니다.
본 사이트는 익스플로러 버전 10 이상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 윈도우 익스플로러 10 이상으로 업그레이드 후 이용을 권장합니다.
  • 업그레이드 하시려면 이 링크를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