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동네를 살리는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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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동네를 살리는 공유

도시는 생물이다. 성장하고 성숙하고 쇠퇴를 거쳐 사라지기도 한다. 생기를 잃어가는 도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심폐소생술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시에도 일종의 생애 주기가 존재하지만, 도시 안에 있는 동네 역시 성장과 쇠퇴를 겪는다. 뜨는 동네가 있고 지는 동네가 있다. 과거에는 번성했지만 지금은 낡고 한적한 동네가 되는 일도 있다. 이 부침의 속도가 과거보다 훨씬 빨라진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용어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낙후했던 구도심이 번성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되면서 저소득층인 원주민이 떠나는 상황을 이른다. 서울에서는 홍대로 통칭되는 서교동과 상수동 일대를 시작으로 망원동과 연희동, 성수동, 이태원과 한남동 등지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됐고 또 진행 중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황이 바뀌어서 젠트리피케이션의 역습이란 말도 등장했다. 유명한 동네로 소문나면 어김없이 임대료가 치솟고 이를 견디지 못한 세입자들이 떠나는 가운데 불황이 겹치면서 상권 자체가 붕괴되고 그 여파가 건물주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다. 한번 올린 임대료를 쉽게 내리지 못하는 건물주가 스스로 제 발목을 잡는 셈이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도시의 외연이 확장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도심 공동화는 단순한 상권 붕괴를 넘어 도시의 존폐와도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다.


“논현동의 공실률이 18퍼센트에 달한다고 해요. 도시 정책 전문가들은 공실률이 10~15퍼센트만 돼도 위험하다고 하고 20퍼센트면 과거 일본 같은 장기 불황이 시작되는 신호로 봐요. 상권이 한번 붕괴되면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망가지지 않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죠. 건물주로서는 큰일난 거예요. 자본의 메커니즘에 따른 도시의 횡포라고 할 수 있죠. 매력적인 상권을 살리는 데 기여한 사람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은 결과예요. 이제 그 상황을 역전시켜야 하는 흐름이 온 것이고요.”


공간 공유 플랫폼 서비스인 ‘스페이스 클라우드’를 운영하는 엔스페이스의 정수현 대표는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기 위한 사업 아이템을 찾으면서 도시재생의 판에 뛰어든 경우다. 스페이스 클라우드는 가게를 열고 싶어 하는 자영업자나 사무 공간을 찾는 청년 스타트업, 작업실을 찾는 크리에이터들이 적정한 임대료에 알맞은 공간을 찾도록 돕는 서비스다. “도시재생에는 다양한 층위가 있는데, 그 지역의 상권이나 가볼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그들을 저희는 ‘로컬 브랜더’라고 불러요. 동네에 가볼 만한 동네 책방과 특색 있는 편집숍 등 흥미로운 가게를 내고, 그 동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맛집을 만드는 사람들이죠. 그런 사람들이 존재해야 동네가, 나아가 도시가 재미있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가게들이 혹시 망하면 그 이유를 찾아보고 어떻게 회복시켜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모델로 제시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것이 저희 일입니다.”


단순히 중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재생 스타트업으로서 망가진 도시가 살아나는 데 중요한 커뮤니티와 그 주체인자영업자를 포함해 스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도시 기획자들이 모이는 전통 있는 행사 CNU(Congress for the New Urbanism)에 참여해 도시계획 연구자로 유명한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의 후예들이 모여서 걷기 좋은 도시, 스몰 비즈니스가 잘되는 도시 등 도시 담론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지금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핵심이 커뮤니티 복원에 있고, 자영업자와 스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을 콘텐츠 공급의 주체로 성공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


“스페이스 클라우드 서비스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어 있는 건물과 비어 있는 지역을 활성화하고 싶어 하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에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 하는데, 건물주와 크리에이터나 플레이어를 매칭하려 시도해봤지만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했어요.”

정수현 대표는 이 실험을 직접 해보려고 서울시에서 유휴 부지를 낮은 이자로 임대해 건물을 짓고 있다. 6층짜리 공유 주택을 두 동 지어서 크리에이터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1층과 2층의 근린 생활 시설 공간에는 직접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건물주들에게 보여줄 생각이다. 앞으로 점차 질 좋은 콘텐츠를 가진 그룹이 인정받고 건물주도 단순히 공간을 임대하는 사업자가 아니라 자신의 건물에 입점시킬 프로그램을 구입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때가 온다고 확신한다. 스타벅스 같은 영향력 있는 프랜차이즈가 입점할 건물을 오히려 고르는 상황이 능력 있는 크리에이터나 플레이어에게도 올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에는 이런 생각을 공유하는 도시 기획자들끼리 작은 모임도 열고 있다. ‘작은 도시 기획자들’이란 이름을 붙여서 함께 밥 먹고 대화하며 정보와 소식을 나눈다. 기획자 40명 정도가 모인다.

“도시 기획과 관련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주요 멤버예요. 다들 이 일을 시작한 지 4, 5년씩 됐지만 규모가 작고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그것을 서로 나누고 지혜를 모아 서로 컨설팅을 해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모임입니다.”


도시재생이 붐을 이루고 도시 기획자를 꿈꾸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이 모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고, 현재까지는 서로 필요한 입찰이나 투자자 정보 등을 공유하는 공동체일 뿐이지만 실력 있고 아이디어 좋은 스타트업이 모인 만큼 서로에게 거는 기대 역시 크다.

“미국의 대단한 도시 기획자들도 처음부터 대단했던 건 아니에요. 미국의 도시를 돌면서 그 지역의 문제를 풀어주고, 도시의 행정과 가치를 토론하는 모델을 저희 같은 작은 도시 기획자들에게 전파하면서 성장했죠. 우리 역시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 협동하고 컨소시엄도 맺을 수 있는 협동 그룹으로 발전시킬 생각이에요.”


스페이스 클라우드가 중개하는 것은 빈 공간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피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은 사람과 사람을 중개하고 연결해주는 것이 공간 공유 서비스의 핵심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이어지면서 공간을 채우는 동안 빈 도시는 다시 숨을 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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