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것이 아닌 가치 건축재생공방 이의중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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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것이 아닌 가치
건축재생공방 이의중 소장

공간을 더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애쓰는 방법.



한때 공간 리모델링이 유행이더니 요즘은 재생건축이란 말을 많이 쓴다. 지은 지 30~40년 넘은 낡은 건물의 일부를 철거하고 그 부분을 고스란히 노출시키거나 적산가옥처럼 다크 헤리티지 dark heritage에 속하는 건물을 복고 트렌드에 맞춰 외형은 그대로 둔 채 안을 현대식으로 바꾼 경우 등을 재생건축 공간이라고 부른다. 서울 시내에도 이렇게 탈바꿈한 상업 공간이 넘친다. 임대료나 지가가 싼 동네에서는 이런 재생건축을 통해 건물의 가치를 올리는 경우도 많다. 서울 시내에서 더 이상 오래된 건물을 찾기 힘들다고 판단한 발 빠른 자본은 부산이나 전주 같은 지방으로 눈을 돌린 지 오래다.

재생건축이란 과거 건축물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원형 또는 그 일부를 디자인 요소로 살려 새로운 기능과 용도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가치와 효용을 잃은 낡은 건물이 다시 호흡하도록 하고 그 건물에 남아 있는 유 · 무형의 가치를 지속시키는, 일종의 가치 보존적 건축 행위인 것이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사’들이 과연 재생건축에 합당한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아예 설계사무소 이름 자체를 건축재생공방이라 정하고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재생건축에 전념하고 있는 이의중 소장 역시 이에 동의한다.


“민감한 얘기이긴 하지만 요즘의 재생건축은 비전문가에 의해 이뤄지는 유행에 그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어떤 면에서 보면 여태까지 해온 개발 방식대로 전부 다 밀어버리고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요.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철거하고 청소하고 전선 몇 개 달고 에어컨 다는 것이 건축인지 물으면 그렇다고 답하기가 어려워요. 굳이 분류하자면 건축에서도 다시 재생건축, 그리고 그 아래에 속해 있는 정크 아키텍처라고 부를 수 있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건축은 아닌 것 같아요.”

그 공간이 가진 장소성과 역사성에 대한 조사 없이 이뤄지는 것은 그 건물의 맥락을 지워버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의중 소장이 재생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 시절이다. 어릴 때부터 자란 동네인 잠실의 주공아파트 단지가 재개발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 후다. 단순히 건물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십 수 년간의 기억이 함께 사라졌다. 상실감이 컸다. 대학 졸업 후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이전 것을 완벽하게 없애고 새것으로 집을 꾸미는 인테리어 트렌드 역시 그와 맞지 않았다. 슬럼프를 겪다가 재생건축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일본 유학을 결심한다. 과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현대의 삶이 잘 섞여 있는 교토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베예술공과대학교에서 일본 전역에 남아 있는 마을의 재생건축에 대해 공부하고 대학원 졸업 후에는 교토만큼이나 전통 가옥이 많이 남아 있다고 알려진 구라시키 倉敷라는 곳에서 나라무라 도오루 楢村徹 선생님의 설계실에서 일을 했어요. 선생님은 일본 재생건축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분이에요.”


일본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동안 여러 마을의 사례를 지켜봤다. 부흥기를 지나고 침체한 마을을 되살리기 위해 공적 자금을 들여 전통 가옥을 테마파크로 꾸몄지만 반짝 화제를 얻는 데 그치고만 실패 사례를 숱하게 봤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지우고 결국은 세트장처럼 변하고 마는 마을을 보면서 오래된 것을 지키려는 시도는 과연 어때야 하는지, 무엇이 보존인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리고 이 질문은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이어졌다. 스스로 내놓은 첫 번째 답이 바로 아카이브 카페 ‘빙고’다. 빙고는 인천의 구도심인 신포동에서 지어진 지 1백 년이 넘은 얼음 창고를 고쳐서 만든 카페다. 1960년대 후반까지 얼음 창고로 쓰였지만 그 후로는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하고 여러 용도로 쓰이다가 최근 10년간은 방치됐던 건물이다.

“2015년 3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9월에 오픈했으니까 수리와 복원에만 6개월 이상 걸렸어요. 이 건물을 구입한 금액이 넘는 수리 비용이 들었지요. 구조를 추가하기 위해서 목재가 필요했는데 옛날에는 목재를 많이 썼지만 요즘은 한옥 말고는 이런 큰 부재를 쓰지 않고 한옥 부재와는 달라서 강원도까지 가서 나무를 고르고 제재해서 가져오느라 한 달 넘는 시간이 더 걸리기도 했어요.”


‘빙고’를 근거지 삼았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의중 소장이 인천을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일본에서 돌아와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국가 주도의 전국 단위 도시 재생 사업을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인천의 가치와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서울 가까이에 있지만 정작 경기도 다른 도시들보다 저평가돼 있고 지저분한 회색 도시로만 기억되는 인천의 오래된 건축물이 그에게는 매력 넘치는 자산으로 보였다. 번영과 쇠락을 반복하는 도시의 역사 속에서 버려진 공간을 재생시켜 도시가 다시 살아나고 주목받도록 하는 일을 직접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요즘 그가 중구청 일대의 오래된 공간들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는 것도 그 시도의 일환이다. 얼마 전까지는 1965년에 지어진 인천여관을 음반 레이블인 ‘루비살롱’과 함께 고쳐서 새로운 문화 공간을 만들었고 현재는 차이나타운 내에 있는 청국영사관 회의청을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인천대학교의 의뢰로 진행 중이다.

“오타쿠처럼 이 지역을 연구하고 가치를 만들어서 여기 사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법을 찾고 싶어요. 오랫동안 잘 지켜진 마을은 변화를 잘 수용한 마을이거든요”

돈과 품과 시간이 드는데도 오래되고 낡은 공간과 건물을 고치는 것은 그것이 재생건축이기 때문이 아니다. 가치를 지닌 공간을 더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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